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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말레이시아 여행 에세이 2

9월 21일 13시가 다 되어갈 때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다. 크.. 진짜 도착이구나.
 
전에 쓴 것처럼 바틱에어라인을 이용했는데 3-3 좌석이었다. 추석을 일주일 전 앞두고 출국했는데 그래서 사람이 많이 없었나? 가운데 한 자리를 비워놓고 앉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긴 시간 비행을 해서 그런지 잠도 잘 못 자고, 꽤 오랜 시간 뒤척거렸다. 그 시간 이후 땅을 밟게 되어서 인지 뭔가 찌뿌둥~~ 한 몸을 쫙쫙 늘리고 싶었다. 창쪽 자리라 좋았는데 화장실 가기 귀찮기도 하고, 지저분 화장실 포비아가 있어서 그냥 좀 참았다. 공항 화장실 이용하려고 ㅎㅎ.. (바보.. 그냥 짐 없을 때 하늘에서 가는 게 더 나았을걸?)
 
9월 말의 한국은 덥지만 습한 느낌은 덜하다. 그런 쾌적한 날씨를 뒤로하고 제 발로 더운 곳을 찾다니. 나란 인간.. 그 생각은 추석을 기점으로 약간 후회를 하기도 했다. 맑은 가을하늘을 누리지 못하고 귀국하면 겨울이 될 것 같아서였다.(추운 것보다 더운 게 낫다! )
한국도 여름, 말레이시아도 여름 (여긴 늘 여름) 하지만 그러한 기후 때문에 대중교통이나 실내에서 에어컨이 무지 강하다고 하여 긴팔옷을 늘 가지고 다녔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뒤를 쫓다가 화장실이 급한 나머지 줄을 이탈한다. 여유롭게 화장실을 다녀온 후, 짐을 찾으러 가는 무리들을 잃게 된다. 아 ㅠ_ㅠ.. 이때부터 뭔가 정신없는 입국이 시작된듯하다.
 
분명 내 기억에는 짐을 찾고, 입국심사를 한것같은데 표지판을 따라 걷고 또 걸으니, 입국심사대가 먼저 나오네? 아? 그리고 날 더 불안하게 만든 건 "돌아갈 수 없음" 글귀였다. 아! 내 짐! 어떡하지? 왜 ! 사람들 쫓아가지 않아 이런 불편과 불안함을 겪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뒤로 걷기 시작한다. 이때부턴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중간인 걷뛰 속도로 후진한다. 배낭과 두 가방이 너무 무겁고 귀찮았지만 한 달 동안 살아야 하는 짐을 못 찾는다는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막막했다.
예전에 효리언니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짐 가방을 못 찾아 주변사람들의 옷을 입으며 탄생한 어느 유행복장이 떠오르며, 나도 그렇게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ㅋㅋㅋ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짐은 입국심사 후에 찾는다는 것..ㅎ... 으휴 증말 밥팅 괜히 뭔가 어정쩡하게 알고 있으니 이게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몰랐으면 가는 길이 이거니깐 이것부터 그리고 다음~ 이런 생각을 했을 텐데;;;;;
무튼 입국심사 (여권에 도장 쾅) 이후 짐을 찾는 것..ㅎㅎ 다시 한번 뇌리에 박았다. 제대로! 뽷
 
입국심사 하는데 솔직히 별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처럼 빡세게 물어볼 것 같지도 않았고, 물어봐도 그냥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보딩패스가 어딨냐며 묻는다..? 보딩패스? 내가 아는 보딩패스? 비행기표? 그게 왜? 이미 타고 온 보딩패스가 왜 필요하지?라는 생각에 그걸 왜 찾는겨? 라며 나 이미 이거 타고 왔는데? 하며 미리 출력한 항공권예약 종이를 내밀었다.
그분 말씀은 "그건 아는디~ 보딩패스 어딨냐고~?"라고 하는데 내가 여권에 끼워놨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여권에서 이미 빠져있었음을..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음을.. 나는 모르겠음을... 그래서 또 당황했음을... 이런저런 진땀 빼는 생각과 말도 안 되는 영어를 구사하다 그냥 그는 도장 찍어 보내줬다. (날 답답하게 생각했을 듯..) 
맞다. 내가 생각해도 답답하다.ㅎ...ㅎㅎㅎ
 
그렇게 입국 허가를 받고 짐을 찾으러 향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화려한 공항이 아니다. 근데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왜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좀 어둡지? 뭔가 침침한 조명으로 동남아에 도착했다는 걸 느껴지게 하는 어두침침한 그 불빛이 있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간다. 입국장을 나설 때마다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국장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입국을 열렬히 기다리고 있어서 문이 열릴 때마다 나오는 모두를 쳐다본다. 간절하게.. 내가 찾는 사람이 이번 문이 열리면 나올 거야!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을 받으며 나오면 그렇게 부끄럽더라?ㅋㅋㅋㅋ
(예전에 미국에서 입국할 때 현정이가 ㅋㅋㅋ 나를 기다려 웰컴 한 적이 있는데, 뭐 그렇게 일반적으로 자주 하는 경험이 아니기에 더 부끄러운 것 같다.)
 
심 카드도 미리 인터넷에서 이심 (E Sim)으로 구입했는데, 이것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구입만 한 거라, 데이터 연결하는데 애좀 먹었다. 으휴 이렇게 계획 없이 여행 가면 불편하다는 점... 을 직접 느꼈다.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편하게 설정했겠지만 ->>그리고  물리적인 심카드를 구입하면 한국 것과 교체하기만 하면 되는데 심카드를 안 잃어버릴 자신이 없었고 이 심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음)
바로 그 앞에서 물어보고 물건을 사는 것도 나에게는 약간 도전? 위험? 귀찮음? 요소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준비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랩을 미리 설치하고 결제정보도 다 입력했기에 나는 너무나도 수월할 줄 알았지? 그건 나의 오산 오산 정말 경기도 큰 오산! 
 
사용해 본 적이 있어야지 나는 한국에서도 카카오택시도 잘 안쓰는딩 이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럼 미리 예습이라도 하든지 ~ 아~~ 정말 준비성 없이 여행한 자여.. 몸으로 때워라!
 
내가 생각했을 때 중요한 건 공항 출구번호만 잘 알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리 입력해 놓은 쿠알라룸푸르 부킷빈땅 집 주소를 선택하고 이리저리 움직인 다음 출구 번호를 찾아 입력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기사분이 배정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그랩 유의사항 (자동발송) 관련 메시지가 왔다. 오호? 오? 빠른데? 생각하고 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기사님한테 전화가 온 것.
자꾸 레이블 레이블 하는데 아!!!!!!!!!!! 진짜 나 이때부터 짜증 이빠이 증말 개 짜증 뭔 말인지 몰라! 레이블이 뭔데!?
나보고 펄스트 레이블 유 셀렉트 펄스트 레이블 ~ 유 콜드미 펄스트 레이블~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레이블이 뭔데?! 뭔데!! 왓 이스 더 레이블? 해도 그 혀 짧은 영어를 이해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pick up 같은 글자가 쓰여있고 차가 다니는 길은 3개 정도였는데 나는 안쪽부터 레이블 1, 중간은 2, 바깥쪽 길은 3인 줄 알았지.. 그래서 나 레이블 1에 있다 뭐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 ㅎㅎ 
그리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기사님한테 전화가 온 것 나 도착했는데 너 어디냐~ 너 레이블 1이라며? 하니 맞다. 근데 이게 레이블이 맞나?라는 또 어느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What is the label?"이라고 물으니 그는 엄청 당황? 황당하며 이상한 영어를 구사했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여기~~~ 오래 있으면 돈 내야돼 ㅠㅠ 5분이 제한이야 그 이후로는 돈 내야돼~" 라는 그의 걱정 가득한 이야기는 확실하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아 이거 잘못되었구나 내가 뭔가 이해를 못 하고 있구나! 그는 돈을 더 내야 할지도 몰라!라는 걱정 블루투스가 이어지면서 급하게 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작정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위층이니깐 다른 곳으로 가보자.라는 게 나의 결정. 결단. 근데 약간의 당황과 평정심을 잃은 이동. (왜냐하면 이 층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른 층으로 가야겠다. 여기는 아니다! 이동하자!라는 단순한 결론)
 
지금 생각해 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그냥 혼돈 속 이동이었을 뿐.. 도움이 안 되었다는 즈엄....ㅎㅎ
공항 직원을 만나 그에게 물었다. 레이블 원이 어딘데? 어딘데?라고 하니 그는 한 층 더 올라가라고 할 뿐..
근데 그 층이 맞았음 ㅡㅡ 아 젠장!!!!!!!!! 1층에서 나를 기다리는 기사님 나를 보는 눈에 원망이 가득하더라.
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그 오버차지는 내가 냈는데 왜 아저씨가 더 난리여? 아저씨가 절반이라도 냈으면 아저씨의 안절부절못함을 이해했을 텐데, 결국은 그랩 센터 직원까지 전화 연결해서 나보고 돈 내라고 청구한 건 아저씨잖아요? 나참..
 
사실 레이블은 level이었다. 영국에서는 층을 level이라고도 쓰나 보죠? 말레이시아가 영국밑에 있었던 영향을 그대로 받은 거죠? floor라고만 했어도.. First floor라고만 했어도 내가 좀 더 빨리 알아챘을 텐데 후.. 
혀 짧은 영어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저씨와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돈 이야기로 갑분싸 되고 나는 한 달 살기의 목적과 방향을 잃은 기분으로 절망감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내가 활용했던 미국식 영어가 아닌 혀 짧은 영어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 달 살기 하며 가장 큰 목적으로 두었던 건 영어 활용인데 레이블에 큰 좌절을 맛보고 숙소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니 더 절망감에 빠지게 되는데 ,,, 두둥  
 
 
 
 
 
왜 하필 한 달 살기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하였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
1. 한 달 살기에 적합한 물가를 찾다 보니 동남아시아를 선택했다. 
2. 영어를 생활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나라를 찾다 보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좁혀졌다.
3. 말레이시아 화교도 많다고 하니 중국어 활용 또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휴양지보다는 city city 한 곳에서 도시 생활을 느끼고 싶었다.
5. 어학원을 다닐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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