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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말레이시아 여행 에세이 3

이제 숙소 도착한 거 실화냐? 이게 적어보다 보니 일기보다는 에세이 느낌이 강해서, 제목을 바꿔보았다. 
여태 쓴 글을 읽었는데 누가 일기를 그렇게 써 ~~?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는 말씀.
 
레이블 원을 못 알아들은 죄로 나 때문에 공항에 오래 체류한 기사님은 그 금액 20링깃을 요구하셨다. (본인이 나에게 받는 비용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랩 센터 직원과 전화 연결까지 함..)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시내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창캇 부킷 빈땅까지 약 65링깃, 통행료 9.03링깃 그리고 주차료 20링깃 총 94.03링깃을 지출함. 분명 생각하고 따져보면 20링깃은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한화 약 6,000원) 그냥 괜히 돈을 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리고 나의 멍청함 때문에 발생한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더 분노케 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과감하게 한 달 치를 바로 예약하고 결제까지 해 버린 나.. 리리 할머니가 호스트인데 다들 평가가 엄청나더라고 막 만점을 준 사람도 있고, 그리고 할머니 인상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큰 짐을 들고 숙소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화끈하게 거점을 정해버렸다.
번화한 위치와 헬스장 수영장이 있는 곳을 원해서 그 세 개 조건이 맞는 곳으로 예약했다. (잘 안 알아봤다는 말) 일단 예약은 했으니 구글맵으로 그 주변을 한국에서도 몇 번 보고 갔다. 내가 가는 곳이 맞는지? 기사님이 나를 잘 데려다주는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거 하나는 잘 확인했었다.
공항도착 후 그랩을 잡고 숙소 앞에 도달하기까지 리리할머니와 계속 톡을 했고, 할머니 조수? assistant 분이 문 앞에 나와계셨다. 
 
큰 대문을 들어가는 법과 엘베 타는 곳, 현관을 열어 숙소 이곳저곳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 그는 시리아 사람. 너무나도 친절하시고 말이 빨라서 점차 사라지는 집중력과 함께 이해한 내용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큰 집에 부엌과 거실은 셰어하고 방이 3개 있다.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 방이 비고, 바로 방이 채워진다. 신기하네..
첨엔 엔지니어와 캐나다인과 있었는데, 캐나다인이 먼저 가고 엔지니어도 갔다. 그리고 싱가포르 부부가 들어왔는데 그나마 그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엔지니어는 내 맞은편 방이었는데 비둘기 이슈로 몇 번 길게 이야기한 것 이외에 마주칠 수 없었다. 
 
원래 2인기준인 방으로 두 명이 지낸다면 좀 더 저렴했겠지만, 만약 한 달 동안 둘이 한 방에서 계속 지낸다면 없던 갈등까지 생길 정도로 작다. (그래서 나는 싱가포르 부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함..ㅋ) 장기 투숙객으로 저 방은 혼자 지내는 게 맞는 사이즈..ㅋ 
퀸 사이즈 침대와 옷장 세 칸이 있고, 티브이와 화장대가 있다. 가구들은 죄다 구불구불한 중세 바로크시대 공주님보다는 아가씨 방느낌이다. 방 안에 화장실도, 샤워실도 있고 미리 요청하면 청소도 해주니깐 서비스면에서는 괜찮은 편이다. 왜냐면 좀 비싸~~
 
창캇 부킷빈땅에 인접해 있어서 걸어서 파빌리온이나 조금 더 먼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까지 갈 수 있다. 번화한 위치를 택한 이유는 혼자 지내는데 집에 가기 덜 무서우려고..ㅋ 그래서 그런 건지 뷰는 별로 좋지 않다.
남들은 이 타워 저 타워 보이고 좀 높은 층에 머물면서 좋은 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던데 정말 숙소를 대충 고른 사람은 옆 건물을 짓고 있고, 앞엔 주차장인 그런 뷰와 함께 하게 된다. 근데 그마저도 첨엔 커튼을 걷지 못하여 구경 못했다는 점~ 겨울에도 한 번쯤은 창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환기광인 나지만 창문도 못 열고 지냈던 이유는....?
 
바로 우리 집 창틀과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작은 공간은 비둘기 양성소였던 것. 젠장 젠장! 젠장!!!!!!
아직도 가끔 떠오르는 비둘기가 날아드는 모습과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소리, 그리고 가장 징그러운 건 왜 이렇게 울어대는 거야? 후룱ㄱㄱㄱ 후루ㅜㄹㄹㄺ... 십할... 진짜 며칠을 못 자고 못 쉬고 그 소리 때문에 편한 공간이 아닌 도망쳐야 하는 공간에서 며칠을 지냈다. 열흘 정도..? 
 
침대옆에 작은 창이 있는데 창 옆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두 대 놓여있다. 그 위에 비둘기들이 사는 것.. 후.... 첨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뭐 얼마나 자주 오겠어~라는 생각이었는데. 실외기 위에 흩뿌려진 비둘기 똥들을 우습게 보지 않은 내 탓일까? 처음부터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일을 좀 더 키운 것 같다. (비둘기 이슈가 해결되기까지 엄청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짐을 대충 풀고, 조금 누워있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집을 나선다. 가장 번화한 부킷 빈땅역으로 일단 향한다.
 
구글맵스는 어느 나라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잘 안 써본 사람은 (나) 익숙해지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널찍한 길은 찾기 좋은데, 좁은 길로 가면 위치를 잘 인식 못하는 경우도 있고, 큰 건물 안에 있는 작은 가게 같은 경우는 그 주변만 몇 번 빙빙 맴돌며 혼돈에 빠지게 한다. (내 경험) 
물론 길을 잘 못 찾는 사람 (나)이라 좀 더 발품을 팔지만, 이건 지도가 친절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보는데? 아니 그런가요?ㅋㅋㅋ
 
아무튼 부킷 빈땅역은 큰 길가에 있어서 한 번에 잘 찾아갔다. 물론 작은 골목을 갈 때는 무섭긴 했지만..ㅎㅎ
딱히 쇼핑을 하려고 간 건 아닌데, 가깝다고 하니 한 번 도장 찍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길을 나선 거라 쓸데없는 걸음으로 기력을 금방 소진하게 된다. (걸음 수 아껴.. 늘 산에 가면 하는 말인데 여행지에서도 걸음 수를 좀 아껴야지 에너지 아껴!)
 
lot10 지하에 후통이라고 하여 푸드코트가 잘 되어있다고 책에서 본 게 기억나서 일단 그곳으로 갔다. 흠.. ㅠ_ㅠ 나 어떡해!ㅠ_ㅠ 낯설어서 이런 데에서 밥 못 먹겠어!라는 생각에 으앙 나 정말 어떡하냐.. 엄마가 김치 가져가라고 할 때 좀 챙길걸,, 라면 더 챙길걸 후회에 후회를 더한 후회 퍼레이드의 시작이다.
 
차라리 조금 더 걸어서 파빌리온까지 가봤으면 좋으련만 쇼핑몰은 뭐 다 똑같아~라는 생각에 거기까지 안 간 게 천추의 한.
파빌리온에 들어갔으면 좀 더 잘 갖추어진, 깔끔한, 세련된 느낌의 푸드코트와 식당가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꼴에 다른 나라 입국 후 첫 끼인데 햄버거는 안 먹겠다는 마음으로 (부킷 빈 땅 사거리에 맥도널드 있음) 좀 걷다가 아무 가게나 들어가 버린다. 가게 이름은 Alqas Aliraqi Restaurant 이라크 음식점. 그냥 진짜 조금 유명해 보여서 들어간 곳이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17시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첫끼를 먹는다. 치킨 케밥(으로 추정)과 피시 앤 칩스(라고 주문했는데 칩스가 아닌 두꺼운 감튀 같은 게 나옴..) 그리고 사이다 함냐함냐 먹어준다.
사실 맥주가 마시고 싶었는데 어휴 나 이슬람 국교인 나라에서 이슬람 식당에서 맥주를 찾다니 밥팅아
 
넓적한 밀가루 반죽에 닭고기 (거의 닭가슴살)가 흩뿌려져 있다. 고기는 진짜 많이 들어있음. 야채는 없구요 마요네즈 같은 소스가 범벅되어있는데, 밀가루 반죽은 찰기가 없어서 자꾸 찢어진다. 먹으면서 찢어지고 또 찢어지고.. 고기는 자꾸 흐르고 또 흐르고~ 포크는 없다고 하셔서 숟가락만 받아왔다.
 
이럴 때 정말 우리나라 식당 문화에 감탄 한 번 해줘야 한다. 물도 주고, 물티슈 잘 갖다주고, 티슈도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고 하하...
배고프기도 하고 도저히 양이 가늠 안되어 메뉴를 두 개나 시켰는데, 엄청 많이 남겼다. 그래도 케밥은 많이 먹었는데 피쉬앤 칩스가 많이 남은 것 하얀 생선 맛있게 잘 튀겨졌는데 손으로 조금 뜯어먹다가 말았다. 왠지 모를 불편한 식사가 계속되고 배도 너무 부르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손도 좀 씻고 싶고.. 으휴 까다롭네 이 여자.. 그렇게 남은 걸 포장해서 가게를 나섰다. 
(그냥 햄버거 포장해다가 맥주랑 마실걸 그랬나..ㅎㅎ)
 
치약을 안 챙겨 가서 근처 아무 슈퍼에서 사야지~ 했는데 정말 아무 데나 들어갔네. 선입선출 잘 되지 않은 듯한 예전 우리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점빵 전빵 같은 느낌의 슈퍼였는데ㅋㅋㅋㅋ 카드도 되고 무슨 페이도 되고 기계만 최첨단이여 ㅋㅋㅋㅋ 근데 왜 이렇게 가게들이 다들 어둡냐~ led전구 쓰시라~~~ 밝게 사시라~~~~ 어두침침하게 지내지 마시라~~~~
 
대충 치약과 맥주 한 캔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손이 가는 과자가 없네? 그때 안 한 군것질 지금 몰아서 하는 중인가 보다. ^_ㅠ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친구가 말레이시아에서도 일을 한다고 들은 게 생각났다. 나에겐 지금 같은 편이 필요하다. 내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 말레이시아.. 왔다?라고 연락을 했다. 
 
 
이렇게 첫날이 흘러간다. 흑. 뭔가 전날은 공항에서 날을 새고, 비행기에서도 잘 자지 못해서 정말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뭔가 서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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